사는 이야기

아빠는 엑스(X), 엄마는 오(O)

당찬 2007. 11. 30. 10:45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해야 하나? 우리집 막내 민석이는 유난히 집사람을 따른다. 아니 나를 싫어한다. 이젠 대 놓고 "아빠는 엑스, 엄마는 오"라고 엄마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 한다. 3일 전인가보다. 아들과 똥누기 때문에 한바탕을 하고 난 뒤였다.(우리 막내는 아직도 대변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이것 때문에 평소 다툼이 잦다) 그래도 자식인지라 마음이 아파 다정하게 옷을 입혀 주었다. 아! 근데 이놈이 씩 웃으면서 정확하게 손가락으로 엑스(X)표시를 하는게 아닌가? 아! 이 황망함. 그냥 웃고 말았다. 나참! 평소 아들에 대한 엄격함이 두 딸에 비해 다소 강했던 점을 생각하면 쬐끔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많이 억울하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보다는 "열손가락 깨물면 그 중에 더 아픈 손가락은 분명이 있다"라는 말이 현실감 있음을 알고는 있지만 억울함은 여전하였다.

 

요즘은 아들에게 은근히 구애를 한다. "민석아! 아빠 엑스하지마. 알았지" 녀석은 말도 안한다. 그냥 침묵으로 나의 화해의 손짓을 무시해 버린다. 평소 부르던 "어리버리, 어리벌, 얼벌"이라고 놀리지도 않고 "우리 똑똑이"라고 부르는데도 막무가내로 버틴다. 독한 놈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이젠 "엑스"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오"라고 한 것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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