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완전 범죄(?)

당찬 2009. 9. 7. 13:09

어릴 때부터 민석의 대소변은 우리를 무척 힘들게 했다. 소변을 덜 했는데 대변은 우리 뿐만 아니라 놀이방 선생님들까지 힘들게 했다. 대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탓에  팬티에 똥을 묻히는 일이 하루에 네댓번인 적도 있었다. 똥을 오랫동안 참다 보니 변비도 심했고, 냄새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그러던 민석이가 유치원에 들어간 올해부터 제법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했다. 집사람의 노력 덕분이었다. 집사람은 민석이의  행동만 보고도 대변을 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정도였다. 마치 낚시꾼이 고기를 낚아채는 듯했다. 한동안 우리는 민석이의 대소변에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이 나아졌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이상하게 민석이가 분주했다. 세탁실앞에 민석이의 잠옷과 팬티가 벗어져 있었다. "노민석 이 옷 어제밤에 갈아 입었잖아!" 하며 민석이를 찾으니 자기 방에서 팬티를 입고 있는 중이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세수해라! 옷 갈아 입어라! 해도 꿈쩍도 않던 민석이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 옷을 갈아 입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노민석! 왜 옷을 갈아 입어?" 라고 물으니 씩 웃으며 이불에다 오줌을 쌌다고 조용히 말한다. 아이구! 우리 민석이도 많이 컸구나. 이불에 오줌 싸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니 말이다. 딴에는 완전 범죄를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모른 척 해 줬으야 했나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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