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제 24회 경주벚꽃마라톤 참가기

당찬 2015. 4. 5. 17:46

2월 22일 10km 연습으로 시작된 제 24회 경주벚꽃마라톤은 끝이 났다. 실제 연습은 수첩에 기록된 것보다 더 일찍 시작되었다. 신청접수일을 실제 연습날로 인정하는 나름의 규칙 때문이다. 수첩 연습일지가 꼼꼼하게 기록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스럽지 않았다. 매년 학년초 업무와 학교 일정은 비슷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연습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평소 연습의 반 정도밖에 연습을 하지 못했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 참가한 마지막 연습레이스인 태화강 마라톤에서 8km 뛰고 포기할 정도로 연습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나마 대회 3일전 8km 컨디션 조절 레이스에서 자신감을 조금 회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몸상태가 이 정도였으니 목표 또한 낮을 수 밖에 없었다. '완주'를 걱정하다가 그래도 6년차인데 지금까지 달린 경력이 있는데 2시 20분대를 목표로 잡았다.

새벽에 간간이 잠에서 깨어났지만 몸상태를 괜찮았다. 4시 30분 알람에 맞춰 일어났다. 덩달아 집사람까지 일어났다. 마라톤 당일 준비해야 할 것 중 제일 중요한 것, 두 가지가 있다. 발톱 손질하기와 화장실 다녀오기다. 발톱을 손질하지 않으면 발가락에 상처를 입는다. 대회장에서 사람이 제일 붐비는 곳이 화장실이다 보니 화장실 가기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래서 이 두 가지는 먼저 해결했다. 샤워를 마치고 집사람이 차려준 아침밥을 꼭꼭 씹어 천천히 먹었다. 늦어도 2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레이스를 망칠 수 있다. 어제 밤에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잠들었기 때문에 배번 부착부터 칩 달기, 옷 챙기기 등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아침 날씨는 괜찮은 편이었다. 지난 밤에 찬바람과 빗줄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달리기엔 적당한 날씨였다. 첫 약속장소는 신정중학교, 6시에 만나기로 한 조종오 선생님이 조금 늦게 도착하셨다. 원두커피 내린다고 늦으셨단다. 두 번째 약속장소는 신울산마트, 한대홍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다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대회장소인 경주 엑스포 광장으로 차는 달렸다. 7시 15분 도착하여 대회장소에 입성하는데 인산인해다. 달리미들이 너무 많았다. 배동성 사회자 멘트에 따르면 15,000명이 참가했단다. 이전 대회보다 최대 5000명이 더 참가한 것이다. 대회규모가 거의 동아마라톤 수준이다. 잠시 당황한 우리는 기념 사진을 찍고 물품보관소를 찾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물품을 맡기고 몸을 푸는데 몸풀 장소 또한 마땅치 않았다. 당황한 탓인지 너무 일찍 물품을 보관하는 바람에 아침 추위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레이스를 마치고 만날 장소를 정하고 자연스럽게 뿔뿔히 헤어졌다. 이제부터는 각자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풀코스가 출발하고 5분 뒤 하프가 출발했다. 이번 대회에는 하프 참가자가 거의 삼분의 일 정도 되는 것 같다. 뒤로 돌아보는데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보였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힘차게 출발했다. 초반 레이스, 몸이 생각보다 가볍다. 1km 페이스가 5분 30초대다. 5km까지 거의 같은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연습 부족때문에 후반 레이스를 걱정하며 페이스를 늦추었다. 초반에 무리하다 후반에 걸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보통 5km 지점쯤 되면 레이스가 정리가 된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너무 많은 사람이 참가한 탓에 10kim 지점에 이르렀는데도 레이스가 정리되지 않고 출발지의 모양과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15km 지점 쯤에서 한 줄로 레이스가 정리되었다. 반환점을 돌면서 후반 레이스에 대한 걱정을 접고 지금의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기로 결심했다. 15km지점의 오르막길만 잘 넘으면 2시간대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르막길에 접어들기 전에 초코파이 하나를 입에 물고 당분을 섭취했다. 잰걸음 뛰기로 오르막길을 올랐다. 생각보다 짧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내리막길이 문제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페이스가 오르지 않았고 거리가 너무 멀었다. 특히 경주월드를 지나 코너를 돌면 결승점이 보이는데 너무 멀게 느껴졌다. 이를 악물고 결승점을 통과했다. 나눠주는 물병을 받아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정말 힘든 레이스였다. 칩 반납하는 줄도 50m가 넘는다. 칩 반납하고 물품을 찾았다. 금세 추위를 느꼈다. 옷을 챙겨 입고 함께 한 두 분을 찾았다. 한수원에서 제공하는 국수 한 그릇을 얻어 먹었다. 막걸리는 늦어서 구경도 못했다. 사람들이 많아 일찍 소진된 모양이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집으로 돌아왔다. 공식 기록은 1시간 55분 26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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