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2011 동아 경주 국제마라톤 대회 참가기

당찬 2011. 10. 17. 15:43

긴 레이스를 마쳤다. 2011년 동아 경주국제마라톤 대회가 어제 끝났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두어달 준비과정을 거쳐 대단원을 막을 내렸다. 경주국제마라톤대회는 2009년 10km(51분 52초), 2010년 하프(2시간 8분 12초), 2011년 하프(1시간 56분 26초) 경기에 참가하였다. 대회 참가한 지 3년째 접어들고, 앞으로도 계속 참가할 거니까 이젠 연례행사라 해도 될 듯하다. 나에게는 일년 행사 중 제법 큰 의미를 가지는 행사로 어느덧 자리를 잡고 있다.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왜 하냐고?" 라는 걱정인지 타박인지 모를 애매한 질문을 받곤 한다. 특히 집사람이 묻는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나도 묻고 싶다. '너, 왜 달리니?' 굳이 답한다면 평소에 건강을 위해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있었고, 대홍 선배의 참가 권유에 선뜻 응했고, 그것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달리고 있다. '약간의 긴장은 삶의 또다른 활력소다' 정도면 어떨까? 싶다. 앞으로도 계속 할 거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마라톤 대회 참가는 나에게 몇 가지 의미를 있다.

첫째, 연습하는 2달 동안, 지루하게 이어지는 나와의 싸움을 통해 삶을 즐긴다. 이 기간동안 나는 2가지와 싸운다. 하나는 담배와의 싸움이다. 담배를 피우면서 대회를 준비를 할 수는 없다. 적어도 2주 전부터는 담배를 끊어야 한다. 술은 3일전까지 먹어도 별 상관이 없지만 담배는 다르다. 또 하나는 타협과의 싸움이다. 타협과의 싸움은 내 육체와의 싸움이며, 마음과의 싸움이다. 연습 초반에는 대개 머리보다는 육체가 먼저 타협을 한다. 아직 몸이 만들어지기 전이니까 몸이 먼저 '그만 하자'고 타협의 손길을 내민다. 그러면 순순히 받아들여야 한다. 무리하면 안된다. 절대 안된다. 연습 중반기부터는 머리가 '이만 하면 되겠지' 라고 타협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한다. 이 타협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연습스케줄에 따라 꼼꼼히 연습을 해야 한다. 이 둘과의 싸움을 즐긴다. 아직 할 수 있다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둘째, 달리기를 통해 삶을 배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마라톤을 통해 새삼 깨닫는 삶의 지혜들이 있다. 하나는 '자기 페이스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 무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마라톤을 해 본 사람을 알겠지만 달리다 보면 몇 차례의 유혹을 느낀다. 그 유혹에 넘어가면 레이스 후반에 엄청 고생한다. 심하면 레이스를 포기해야 한다. 옆사람 쳐다보지 말고, 기록 생각하지 말고, 자기 컨디션 오판하지 말고 평소 연습한대로, 계획한대로 달려야 한다. 그래야만 완주도 할 수 있고, 개인 기록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완주'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다. 모든 마라토너들이 완주를 목표로 하지만 실상 개인 기록이나 순위를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달리다보면 그 목표들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냥 완주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완주는 그런 것이다. 그 어떤 목표보다도 원초적이며 우선적이다. 아무 것도 필요없다. 완주만 하면 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완주를 목표로 하는 삶과 어떤 순위나 기록을 목표로 하는 삶은 많이 다르다. 나는 마라톤을 통해 완주의 삶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