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대한민국 고등학생 학부모로 산다는 것

당찬 2015. 3. 17. 11:58

제목이 많이 거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내 심정은 이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조금도 덜하지는 않다. 개학 첫날부터 야간자율학습을 10시까지 한다고 할 때부터 이상했다. 내가 알고 있던 아니 내가 생각하고 있던 고등학교 생활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었지만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었다. '좀 심하네, 개학날부터' 정도의 불만이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큰 딸이 들려주는 고등학교 이야기는 놀람 그 자체였다. '아직도'라는 느낌을 계속 가지게 만들었다. 사실 우신고등학교는 1희망한 학교였다. 솔직히 '좋은 대학 보내기'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무엇보다 큰 딸이 가고 싶어 했다. 딸의 희망에 우리의 욕망(?)이 더해진 결과였다. 집 가까이 문수고가 있음에도 우신고를 희망하는 아이를 만류하지 않은 이유였다. 개학 첫 수업부터 자습을 했다는 이야기는 애교 수준이었다. '아직도' 두사부일체에서와 같은 폭력이 있고, 정독반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차별하고, 정독반 자리도 성적순이고,  한마디로 비유하면 이런 것이다. 어떤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고 길을 가다 노숙하는 사람을 보고 '도와 주어야 할 사람'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공부 안하면 너도 저렇게 된다는 것을 가르친다고 생각을 해 보자. 지금의 고등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은 후자의 모습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정독실 마치는 시간이 11시다. 마치고 나면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와야 한다. 공부에 지친 아이를 마을 버스를 타고 오랄 수 있는 부모과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안쓰러운 마음에 데리러 가야 한다. 부모도 고등학생이 되는 것이다. 2년 전, 술자리에서 술도 못 마시고 10시 되면 딸 데리러 가야 한다며 술자리를 떠나던 선배가 있었다. 그 분이 그랬다. "너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이제 현실이 된 고등학생의 부모 노릇을 잘 해야 될텐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