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자료
이양역지-만남의 중요성
당찬
2015. 8. 14. 09:53
맹자가 인자하기로 소문난 제나라 선왕을 찾아가서 자기가 들은 소문을 확인합니다. 소문은 이런 것입니다. 선왕이 소를 끌고 지나가는 신하에게 묻습니다. "그 소를 어디로 끌고 가느냐?" "혼종하러 갑니다." 혼종이란 종을 새로 주조하면 소를 죽여서 목에서 나오는 피를 종에 바르는 의식입니다. 소는 제물로 끌려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마 소가 벌벌 떨면서 눈물을 흘렸던가 봅니다. 임금이 "그 소 놓아주어라"고 합니다. 신하가 "그렇다면 혼종을 폐지할까요?" "혼종이야 폐지할 수 있겠느냐. 양으로 바꾸어서 제를 지내라"고 했다는 소문입니다. 요컨대 소를 양으로 바꾸라(이양역지)고 지시한 적이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자, 왜 바꾸라고 하셨는지 그 이유를 묻습니다. 벌벌 떨면서 죄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소가 불쌍해서 바꾸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양은 불쌍하지 않습니까? 양도 불쌍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백성들의 험담처럼 큰 것을 작은 것으로 바꾼 인색함 때문이 아니었던 것 역시 분명합니다. 소를 양으로 바꾼 이유는 양은 보지 못했고 소는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맹자의 해석입니다.
담론-신영복, 10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