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지예의 협박(?)

당찬 2009. 11. 19. 12:27

수요일이다. 수요장이 서는 날이다. 집사람이 장에서 아이들 준다고 핫도그를 세 개 사왔다. 지예와 민석이가 먹고 남은 한 개를 먹으려다 다예가 생각나 그냥 참았다. 민석이에게 한 번 얻어 먹는 것으로 만족했다. 아마 캐첩이 부족했던지 지예가 집사람에게 캐첩을 발라 달라고 했던 모양이다. 캐첩을 발라 주고 집사람이 핫도그 속에 있는 햄을 조금 먹어 버렸다. 그것이 사단이었다. 아끼고 있던 햄을 엄마가 먹었다고 지예는 난리도 아니었다. 세상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울어댔다. 그것도 모자랐던지 언니의 핫도그를 자기가 먹겠단다. 어이가 없어 "언니꺼니까 손대지마!" 하고 제지시켰다. 그랬더니 자기 것은 안 먹겠단다. 잘 되었다싶어 "그럼 아빠가 먹는다" 했더니 그러란다. 그래서 그냥 나머지를 먹어 버렸다.

이젠 발악을 한다. 소파에 앉아 쿠션을 때리면서 온갖 말을 마구 쏟아낸다. 그러더니 기어이 죽어버리겠다는 말까지 한다. 설마했는데 베란다로 가더니 창문을 연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기도 했고 진짜로 그럴지도 모르다는 생각에 달려가 끄집어왔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협박을 한 것이다. 어디서 이런 것을 배웠는지, 아니면 원래 타고난 천성인지. 큰방에서 들어가서 자는 시늉을 한다. 한참을 있다가 무릎을 꿇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엄마한테 사과하라고 했더니 안 하겠단다. 그리고는 그냥 이불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30분 쯤 지나 그래도 안쓰러워 옆에 누워 안았더니 또 울어버린다. 자기딴에는 억울함이 많은 모양이다. 지예가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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