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가 바쁜 일상인지라 토요일 점심을 라면으로 먹는 재미는 상상외로 쏠쏠하다. 어떤 때는 은근한 기다림에 마음이 들뜨기도 한다. 지난 토요일 다예는 친구와 논다고 집에 없었다. 집사람은 뒷베란다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고, 아이 둘은 자기네 방에서 열심히 선생님 놀이를 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언제나처럼 라면을 열심히 끊이고 있었다. 드디어 맛있는 라면 점심 준비가 끝났다. "얘들아! 라면 먹자", "다예 엄마, 라면 먹으로 와", "늦게 오면 라면 퍼진다", "에잇, 아빠 혼자 다 먹어 버려야지" 수많은 말들이 지나간 후에야 우리 네명은 식탁에 모일 수 있었다. 그때 지예가 젓가락을 들면서 거룩하신(?) 한마디를 하셨다. "엄마, 왜 지예엄마는 없어?" "어~" 집사람이나 나나 뻥하긴 마찬가지였나보다. 순간 둘 다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뭐가 잘못 되었지?', '우리가 또 지예한테 책이 잡힌 것인가?' 평소 아빠 엄마는 물론이고 우리 가족을 꾸짖기에 망설임이 없는 지예인지라 우린 약간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왜 우리는 큰 아이의 이름으로 상대방을 불러왔을까? 다예는 집에 없었는데, "지예 엄마"라고 부를 수도 있었는데 왜 항상 다예 아빠, 다예 엄마였을까?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지예 엄마, 민석이 엄마라고도 불러 볼까? 아니면 그냥 "미아씨"라고 부를까? 그도저도 아니면 "여보"라고 부를까? 왜 지예 엄마는 없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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